청소 에세이

새하얀 세상을 꿈꾸며...

산사의밤 2024. 1. 15. 11:42

눈이 오고 있다.

펑펑 내린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눈은 부드럽다.

그래서 휘날리고 있다.

비는 피하지만 눈은 맞는 편이다.

눈을 맞으며 눈길을 따라 뒷산에 올랐다.

세상이 온통 새하얗다.

 

 

 

집채만 한 바위 위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단단한 바위가 부드러운

눈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산속 계단을 오르면서

앞선 사람의 발자국을 보게 된다.

벌써 누군가 뽀드득 소리를

만들어 낸 흔적이다.

눈이 새하얀 세상을 만들면서

고요함도 가져왔다.

산새들의 지저귐 마저 없으니 말이다.

 

 

 

 

 

푸른 소나무 위로 눈꽃이 피어나고 있다.

까치도 일찍 감치 보금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먹이 활동을 중지한 것이다.

잔뜩 웅크린 자세가

깃털 안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는 듯하다.

의자 위에도 눈으로 뒤덮였다. .

텅 빈 의자가 외롭게 보인다.

옆 탁자도 쓸쓸하기는

마찬가지이니

서로 의지하며 내일을 기다리면

낮지 않을까 싶다.

 

 

 

 

눈은 그쳤다.

아쉬움을 간직한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다.

언제든 다시 눈을 내려줄 모양새다.

그사이 눈사람을 만들 만큼 눈이 쌓였다.

눈싸움이라도 하고픈 마음이다.

눈을 뭉쳐 나무를 상대로 던져 본다.

얼마 만 인가 싶다.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연못이다.

연못의 물은 꽁꽁 얼어있는 상태다.

그 위로 눈이 내려앉아 하얀 빛을

반사하고 있다.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끄럼과 그네다.

동심이 발동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은 자연스럽다.

다만, 추억에 얽매이지는 말자.

삶에 대한 통찰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반성을 기초로 말이다.

 

 

 

암벽등반 훈련장이다.

꼭 하고 싶은 좋은 스포츠다.

하지만 사람은 스포츠와 별개로

탐욕이란 이름으로

계속 오르려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고층 빌딩도 그중에 하나다.

부의 상징으로 말이다.

고층 빌딩에서 내뿜고 있는 빛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위압적으로 내려 보고 있다.

삽자가도 환한 빛을 내고 있다.

높기도 높다.

고층 빌딩도 삽자가도 바벨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교만이 아닌 겸손이 이 땅에 충만했으면 한다.

이 밤의 어둠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사랑으로

감싸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이 밤이 밝아올 때쯤에는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가득했으면 한다.

이 밤을 통해 소외받는 이들에게

꿈과 용기가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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