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생은 운명이라고 하지 않는다.
매미의 생은 숙명이다.
운명과 숙명의 차이는 간단하다.
운명은 개척할 수 있는 거라면
숙명은 피할 수 없는 정해진
시간이기 때문이다.
매미의 숙명은 다음과 같다.
성충 암컷과 수컷 매미가 만나
교미를 하고 나면
암컷 매미는 땅속 나무뿌리에 알을 낳는다.
알은 2~3주 후에 깨어난다.
애벌레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애벌레는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먹고
17년 동안 살아간다.
이를 17년 매미라고 한다.
하지만 매미의 모든 종이
17년 매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참매미와 유자매미는
5년이면 땅속에서 나오니까 말이다.
학계 보고에 의하면 13년, 23년짜리도
있다.
이처럼 각기 년수가 다른 것은
천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 운명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면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는 번데기로
번데기는 성충 매미가 되고 생을 마감하는 데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매미가 힘차게 울고 있다.
매미의 울음은 여름이 왔다는 신호이고
또 여름이 지나간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다.
한 여름날 이렇게 가까이서 매매가
우는 것은 보기 힘들다.
저 높은 나무 위 은밀한 곳에서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을의 문턱인 지금은
나무 중턱까지 내려와 울고 있다.
결연한 모습이다.
반드시 짝을 찾게다는 각오를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날개를 치켜들며 애끊게 울고 있는
매미는 새 등 천적으로부터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도 한자리에서 계속 울고 있다.
그만큼 교미가 절박하다는 뜻이겠지.
종족 번식 본능의 힘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어차피 2~3주 안에 죽을 목숨,
발악이라도 해 보자는 걸까.
이것도 아니라면 매미의 숙명에 의해
정해진 방향대로 가는 순서일까.
아무튼 빨리 암컷을 만나 짝 찍기 하기를
바란다.
태풍 카눈이 뿌리고 간 비가 많이도 왔다.
나무 잎들에 빗물결이 출렁거리고 있다.
겨울 눈꽃을 연상하게 한다.
빗물결의 고운 자태가
황급히 핸드폰 카메라를 누르게 한다.
아름답다.
조금 있다 해가 나자 산책로는
수증기로 허옇게 변한다.
마치 구름 사이에 있는 듯하다.
바람에 나무 가지와 잎들이 흔들린다.
바람이 흔드는 이유가 궁금하다.
바람의 속삭임에 나뭇가지와 잎은
뭐라고 화답하는 걸까.
식물도 신경계가 있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한다고 한다.
물론 식물의 신경계는
동물의 신경계와 다르다.
식물의 신경계는 식물의 세포를 말한다.
뿌리, 줄기, 잎 등에 퍼져 있는 세포가
신경계 역할하고 있다.
이 신경계는 식물의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람이 나뭇가지와 잎에 계절의 변화를
말해주는 지도 모른다.
아니면 태풍 카눈 때문에 고생했다고
위로하지는 않았을까
이렇게 말이다.
태풍 카눈은 심통스러운 힘자랑을 자랑하지만
나는 숲속 요정을
실어다 주는 바람으로 자연의 친구야.
.라고 하면서
비를 말려줄게 하고
환한 웃음 짓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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